본문 바로가기

정리하는 중입니다.

Island "J" 2일차

'투둑, 투둑.'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아, 일기예보도 안 보고 야영을 하다니.'

 

일출 보기는 빠르게 포기했지만

언제까지 잘 건지,

세수는 할 것인지,

언제 텐트를 정리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다시 잤다.

 

비바람이 텐트를 적시고

텐트에 닿은 내 침낭을 적시고

텐트 안에 있는 나를 적시고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를 계속.

이 와중에 잘 자는 친구가 신기했다.

 

 

텐트가 있던 자리. 정작 텐트 친 사진은 없다니.

 

 

어제 우연히 만나서 도움을 주신 아주머니께서

아침 먹으러 오라고 하신 가게로 갔다.

바다를 보며 국수를 먹고

야영하느라 부족해진 배터리를 충전했다.

가만히 쉬면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항구로 데려다 주신다셔서 냉큼 차를 탔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매표소에 갔는데,

이런.

태풍 때문에 다른 항구로 가란다.

왠지 되는게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류장에서 앉아있는데,

금방 버스가 왔다.

 

무사히 배를 타고 돌아오고,

무사히 고속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렌트카를 빌리러 갔다.

처음 몰아보는 전기차에 신이 났다.

 

주저리주저리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냥 하이라이트만 정리해보자.

 

1. 태풍 오는 바다에 입수

원래는 구경만 하러 내려갔는데,

보드를 들고서 해변에서 노는 무리가 보여서

우리도 내려가보자 했다.

 

처음에는 발만 담그려고 했었는데,

인간이란 원래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있으면 눕고 싶은 존재라고,

발을 담그니 다리를,

그리고는 몸통,

곧 머리까지 다 담갔다.

 

태풍에 한껏 신이 난(?) 파도들은

해변을 향해 거세게 몰아치다가

다시 돌아가는 기류를 강하게 가져가는데,

그 기류 때문에 도리어 내가 바다에 갇혀

이대로는 죽겠다! 싶었고

결국 치는 바다에 몸을 던져

해변으로 겨우 뛰쳐나왔다.

 

 

이런 파도는 처음이야.

 

 

2. 데낄라를 마시기 위한 여정

갑자기 친구가 오늘 데낄라를 마시자며

근처에 있는 면세점으로 차를 끌고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주류 코너로 달렸으나,

아뿔싸,

주문만 가능하지, 물건 수령은 다른 곳에서 한단다.

 

결국 털털 걸음으로 나와

거의 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봤다.

그때 보았던 하늘이 기가 막혔다.

캘리포니아 하늘이 생각났다.

 

 

진짜로 무보정이다.

 

 

3. 전기차 방전되어봤어?

그렇다.

나는 돼봤다.

 

오늘의 숙소는 바로

오늘 낮에 빌렸던 "그" 전기차이다.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접고,

담요를 깔고 귤이랑 레몬,

그리고 어두운 밤 초행길을 건너와 공수한

데낄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태풍 오는 해변을 보고 왔다.

 

파도와 바람 소리에 정신 잃고 쳐다보다가

다시 차로 돌아왔는데,

엥?

키가 먹지 않는다.

다행히 차 문을 열어뒀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

방전되었다.

 

다행히 삼성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해

보조배터리 점프를 뛰어서 손쉽게 해결했다.

하지만 그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거의 1시간가량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고

인터넷도 잔뜩 뒤져보고 뭐가 문제일까 고민했다.

고생한 시간에 비해 너무 손쉽게 해결되어서

오히려 현타가 왔었다.

 

 

태풍 밤바다 본 적 있어?

 

 

그렇게 잘 고쳐진 우리의 숙소(?)에서

밤 도로와 주차장을 보며

자잘한 이야기를 하다가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Island "J" 1일차

밤을 새우고 새벽같이 나와서 버스를 타고 결국 떠나왔다. 인생에서는 두 번째, 개인적으로는 처음 오는 이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생각에 설레었다. 그 새로운 것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no-identity-is.tistory.com

Island "J" 3일차

긴 시간 잠을 잤지만 그렇게 편했던 잠자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몸이, 특히 등 쪽이 찌뿌둥했다. 친구와 동시에 깨서 잘 잤느냐, 안 불편하느냐 이야기하다가 약속시간을 물어보고 여유가 있어 ��

no-identity-is.tistory.com

'정리하는 중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Island "J" 계획에 없던 4일차  (0) 2020.09.07
Island "J" 3일차  (0) 2020.09.07
Island "J" 1일차  (0) 2020.09.05
나에게 먹는 것의 중요성  (0) 2020.09.04
태풍이 오고 있음에도 떠나려는 이유  (0) 20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