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네이버 블로그의 아이코닉한 기능,
Mr. Blog의 질문에 답을 해봤다.
여름맞이 / 5월을 보내며 (26살의 봄)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강도는 약하더라도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에평일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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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블로그씨
내일부터 본격 여름인 6월이 시작되네요. 블로그씨는 뭐니 뭐니 해도 손풍기가 필수에요. 여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도는 약하더라도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에
평일에만, 딱 한 세트씩, 스쿼트, 푸쉬업, 복근 운동만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운동 강도를 높게 가져갔었습니다.
헬스장에서, 6개~12개정도 할 수 있는 중량으로, 못해도 3세트, 어떻게든 5세트를 했던.
운동 전에는 무조건 스트레칭과 사이클 20분.
운동 후에도 무조건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
운동 좀 해봤다 싶은 사람들이 보기에 당연하다 싶은 코스로 구성했었죠.
그래야 내가 원하는 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그걸 해내지 못하는 나는 나약한 것이라면서 저 스스로를 몰아붙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단기적으로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시작했던 운동이었던 만큼 만족도가 높았었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런 운동법이 제 습관이 되지 못한 채 금세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래 가야 2주.
누구는 의지박약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우스웠던 것은,
그런 2주동안의 제가 느꼈던 만족감은
제가 목표로 하는 몸매가 되는 제가 아닌,
진짜 오래 갈 근육이 되지 못한 채 펌핑된 그저 그런 몸매에서 나왔습니다.
단기적 수확에 느꼈던 단순한 만족감은
목표를 성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고,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저는 좋은 핑계거리를 찾아내곤 했습니다.
오늘 안해도 내일, 모레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어차피 오늘의 운동은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쏟아부을 노력의 총량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정도니깐 괜찮아.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오늘의 할일을 채우지 않아도 저는 먼 훗날의 꿈만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반성의 기미는 덜 했으며 오히려 자존감과 자신감만 커져갔습니다.
속이 텅 빈 자존감, 허황된 자신감.
회상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그때랑 비교해봤을 때, 요즘 하고 있는 운동은 제대로 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무조건 운동을 합니다.
단, 평일에만, 스쿼트, 푸쉬업, 복근 운동만.
다 하는 데 10분도 안 걸립니다.
어쩌면 강도가 이전에 하던 운동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바라는 몸에는 더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고 있지는 않아서 쑥쑥 크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누적되어가는 운동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꾸준한 운동만이 뒷받침할 수 있는 근육의 단단함.

이 모든 이야기는 다 서론이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그래서 저는 본론과 결론을 짧게 쓸 예정입니다.
사실 요즘의 생활 습관은 굉장히 불만족스럽습니다.
생활 습관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일주일, 이번 한 달과 저번 한 달,
휴학을 하고 자취를 시작한 이 모든 기간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 불편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데,
제가 이런 생활습관을 개선할 의지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잠을 자는 시간은 늘어나고,
폰을 보고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최근에는 화제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도 하고 있죠.
굉장히 많은 시간을 '다른 일'에 쓰고 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저의 모습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계획된 일들이 아닌, "다른 일".
그럼에도 저는 예전만큼 강하게 저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오늘의 게으름에 무뎌졌습니다.
저는 이제 제가 뭐하면서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5월 31일 오후 11시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를 보내기 전에 처리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는데,
왜 저는 못 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머리가 멍하고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에 반응할 뿐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5월을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로그인했습니다.
통계를 봤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로그인했습니다.
Mr. Blog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여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지난 잘못된 시간들을 그나마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해야만 곧 다가올 6월부터는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26살의 여름은, 26살의 봄과는 조금 다르기를 바라면서 글을 남깁니다.
눈을 통해서 보는 것이지, 눈으로만 보지 말라는 명언과
몽상가에게 수면 장애는 당연하다는 노래 가사처럼,
다시 한번 제가 바라보아야 하는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면서
유치하지만 아름다울 한여름밤의 꿈을 제대로 꾸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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